가이드 · 2026년 8월 23일 · 읽는 시간 8분

QR코드는 어떻게 30%가 가려져도 읽힐까 — 원리와 큐싱 사기 예방

식당 테이블의 QR 스티커 한가운데에 가게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는데도 스캔이 된다. 모서리가 찢어진 전단지의 QR도 읽힌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리고 바로 그 관대함 때문에, 누군가 정상 QR 위에 가짜 스티커를 덧붙이는 큐싱(Qshing, QR 피싱)이 가능해진다. QR코드의 구조를 이해하면 편리함과 위험이 같은 원리에서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QR코드 해부도 — 네 가지 부품

  • 파인더 패턴 (세 모서리의 큰 사각형) — 카메라가 “여기 QR이 있고, 이 방향이 위”를 인식하는 기준점. 네 모서리가 아니라 세 곳인 이유는, 빠진 한 곳으로 회전 방향을 판별하기 위해서다. 거꾸로 찍어도 읽히는 비결.
  • 타이밍 패턴 — 파인더 사이를 잇는 흑백 교차 점선. 모듈(칸)의 간격을 재는 자 역할.
  • 데이터 영역 — 실제 내용이 담기는 부분. 흑백 칸 하나가 비트 하나다.
  • 콰이어트 존 — 코드 둘레의 여백. 이걸 침범해 디자인하면 멀쩡한 코드도 인식률이 뚝 떨어진다. 인쇄물에서 QR이 잘 안 찍히는 흔한 원인.

가려져도 읽히는 이유 — 오류 정정

QR코드는 데이터를 저장할 때 리드-솔로몬(Reed-Solomon) 오류 정정 부호를 함께 심는다. CD가 긁혀도 재생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생성할 때 네 단계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다.

레벨복원 가능 손상어울리는 용도
L약 7%화면 표시용, 데이터가 긴 경우
M약 15%일반 인쇄물 (가장 흔한 기본값)
Q약 25%야외 부착물, 오염 가능 환경
H약 30%가운데 로고를 얹는 디자인 QR

로고 박힌 QR의 정체가 이것이다 — 레벨 H로 만들고 “복원 가능한 30%” 안에서 일부러 가운데를 가린 것. 공짜는 아니어서, 정정 레벨을 올릴수록 같은 내용이라도 코드가 더 촘촘해지고 (버전이 올라가고) 작게 인쇄했을 때 인식률이 떨어진다. 참고로 QR 버전은 1(21×21칸)부터 40(177×177칸)까지 있고, 데이터가 길수록 자동으로 올라간다. URL을 짧게 유지해야 QR이 단순해져 구겨진 포스터에서도 잘 읽힌다.


같은 원리의 어두운 면 — 큐싱(QR 피싱)

QR의 본질적 약점은 사람이 내용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링크가 눈에 보이는 문자라면 이상한 도메인을 알아챌 수 있지만, QR은 스캔하기 전까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이를 노린 수법이 실제로 반복 보고되고 있다.

  • 스티커 덧붙이기 — 공영주차장 무인정산기, 공유 킥보드, 식당 테이블의 정상 QR 위에 가짜 QR 스티커를 붙여 가짜 결제 페이지로 유도
  • 미납·과태료 안내문 — 차량 와이퍼에 “주차위반 납부” 쪽지를 끼워 QR 결제를 유도
  • 이메일 속 QR — 본문 링크는 보안 필터에 걸리니, 필터가 읽지 못하는 QR 이미지로 로그인 피싱 페이지를 전달

스캔 전후 30초 체크리스트

  1. 물리적 스티커인지 만져 본다. 인쇄물 위에 덧붙인 스티커 QR은 일단 의심. 특히 결제·정산 기기에서.
  2. 스캔 직후 뜨는 URL 미리보기를 반드시 읽는다. 대부분의 카메라 앱은 이동 전에 주소를 보여준다. 이 한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 게 핵심 방어선이다.
  3. 단축 URL이면 한 번 더 의심한다. 목적지를 숨기는 게 단축 URL의 기능이다. 공공기관·금융 안내가 단축 URL로 오는 경우는 드물다.
  4. QR로 연 페이지에서는 로그인·카드번호 입력을 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QR 대신 공식 앱이나 주소 직접 입력으로 접근한다.
  5. 앱 설치를 요구하면 중단한다. QR → APK 다운로드 흐름은 전형적인 악성앱 배포 경로다.

만드는 쪽을 위한 팁

  • 인쇄물은 오류 정정 M 이상, 야외 부착물은 Q~H로
  • URL은 짧게 (긴 파라미터는 서버 쪽 리다이렉트로 처리)
  • 코드 둘레 여백(콰이어트 존)을 디자인으로 침범하지 않기
  • 배포 전 인쇄 실물로, 밝은 곳/어두운 곳에서 스캔 테스트
  • 사용자 신뢰를 위해 QR 아래에 목적지 도메인을 텍스트로 함께 인쇄

오류 정정 레벨을 바꿔 가며 QR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 싶다면 QR코드 생성기에서 직접 만들어 비교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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